콜드콜과 텔레마케팅

근래 영업을 하면서 가장 재밌는 순간은, 콜드콜을 해서 이메일 주소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있었다.

특히, 본인이 담당자가 아닌데, 담당자가 옆에 있음에도 쉽게 전화를 돌려주지 않거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지 않거나, 내선번호도 알려주지 않거나, 이름도 알려주지 않을때 가르쳐 달라고 재촉하는 대화에서 묘한 짜릿함을 느낀다.

대부분 신입사원이거나, 혹시 말했다가 괜히 욕먹는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이 과정이 상당히 재밌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결국 얻어내는데, 실제 담당자랑 통화를 하는 경우는 100% 쉽게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구매 담당자가, 자기 개인사업도 아닌데, 물건을 혹시 더 싸게 팔수도 있는(그래서 회사의 이익을 줄수도 있는) 누군가의 요청을 자기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위에서 표현한 선배들이 벌써 무섭거나, 괜히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을 상황(“누가 내 이메일 함부로 알려 줬어? 너야?”)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대부분 알려주었다.

“저도 신입사원인데, 회사 팀장님이 귀사의 구매부 이메일 주소를 좀 알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제가 귀사의 구매부 이메일 주소도 알 지 못하고 저희 팀장님에게 돌아가면, 아니 구매 담당자 휴대폰 번호를 알아오라고 한것도 아니고, 회사의 이메일 주소만 알아오라는데 그것도 못하냐면서 나쁜 인사고과 점수를 받을 겁니다. 전화로 알려주실 수 없으면, 제가 직접 가서 이메일 주소만 여쭤 보러 가겠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자기 이메일 이라도 알려주고, 자기가 대신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난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다.

우리는 모두 책임을 지지 않고, 월급을 받고 싶다.

우리는 모두 같이 일하는 동료 선배, 후배 들에게 나쁜말을 한마디도 듣지 않고 월급을 받고 싶다.

회사가 혹시 얻을 수 있는 이익 보다는, 아주 작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일을 만들지 않는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싶다.

가격만 한번 드려보겠다는데, 가격만 한 번보고 지금 사고 있는 물건 공급처를 바꾸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 구매하고 있는 제품을 더 싸게 사시는 근거 자료로 사용하시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구매 담당자가 거절을 해야할 이유는 없다.

답장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메일 주소를 물어봤다. 그냥 읽고 지워도 상관없는데.

어쨌든, 이렇게 128개 업체에 전화해서 대략 80개 정도의 구매담당자 이메일 주소를 얻어내었다. 이제 여기다가, 내가 만든 Item List를 첨부해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일괄적으로 뿌리고, 관심을 가지고 회신을 하는 하는 구매담당자와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하면 된다.

 

물건을 사서 파는게 일이다보니, 물건을 파는 영업사원이지만, 사서 팔기 때문에 나도 구매 담당자이다.

나에게 물건을 팔려고 하는 영업 전화나, 이메일이 오면 판매를 하는 것만큼이나 진지하게 정보를 주고 받으려고 한다.

내가 이미 구매하고 있는 제품을 더 싸게 팔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제품을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 콜드콜이라는 게, 하고 나면 보통은 기분이 나빠지곤 했다. 무작정 30군데 업체를 인터넷에 찾아보고,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 지 물어보는데, 안가르쳐주고, 시간도 오래걸리고, 지치고, 상처받기도 했다.

이제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몇마디만 나누어 보아도, 대략 어떤 직위의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상처 받지 않는다. 작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옆에있는 선배에게 괜히 물어봐서 귀찮게 한다는 식의 대답을 듣기 싫어 거절 하는 사람에게는, 나도 신입사원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부탁을 하고 얻어낸다.

텔레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능력이다. 이메일 주소가 필요한 업체를 선정하고,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고 리스트업 하는 이 과정을, 후배에게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애쉬튼 커쳐가 나왔던 ‘잡스’ 영화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전화를 붙잡고 워즈니악이랑 처음 개발한 완성되지 않은 컴퓨터를 팔때도, 하루종일 전화를 붙잡고 거절 당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콜드콜, 텔레마케팅을 해보지 않은 영업사원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