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책임

1.

지난 주에 “The Lobster”라는 영화를 보았다.

결혼에 대해 주로 다룬 영화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머릿 속에서 계속 주인공이 했던 대사, 장면 등이 지워지지 않으면서 영화가 주려고 했던 메세지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주어진 시간 내에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은 동물이 되야 하는데, 결국에는 당한다. 결혼하지 못한 사람은 영화속의 사회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내용인데, 결혼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인지, 사회의 요구에 의해 해야만 하는 의무인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작년 부터 부쩍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친구들이 얘기해주었던 만남부터 결혼까지의 과정이 영화의 장면들과 번갈아 오버랩되면서 생각이 부쩍 많아지게 되었다.

회사에서 봤던 몇몇 여직원들이 1달만에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는 것들을 보면서, 결국 우리 인생의 목적이 결혼해서 애기 낳고 살다가, 키우는 것이여야 하는가 생각도 든다.

강남 엄마들이 애들 쫓아다니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찾아주고 나면,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적이 있는데, 주변 친구들의 생각은 그것도 어느 누군가의 행복이라며, 내가 경솔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뭘 알겠나, 다만 회사를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고, 하고싶은 일이 생기면 찾아 떠날 수 있는 책임에서 가벼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2.

창업으로 성공한 젊은 CEO들이 인터뷰 때면 반복적으로 했던 말은 “잃을 것이 없다” 이다.

스티브잡스, 엘론머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CEO들은 하나같이 “젊었을 때 도전해야 한다” 고 이야기한다.

책임질 것이 없고, 잃어버릴 것도 없고, 가난해도 되고, 가난해도 이뻐보이고, 만약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은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문득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자신과의 타협으로 가끔씩 다음과 같은 답을 내릴 때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1. 결혼하려면 직장이 있어야 한다.

2. 먹고 살아야 한다.

3. 남들이 나를 한심하게 볼 것이다.

4. 돈이 없는 게 무섭다.

 

위의 답변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입으로 뱉지 않은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으로 생각할때마다 초라해질 때가있다.

결혼도 하지 않아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없을 때, 더 미친듯이 돈이 안되도 원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3.

30살이 되었다. 아직 원하는 것을 해야 할 나이다. 실패하고, 가난하고, 배고파도 아직 이뻐보일 나이다.

20살에 상상했던 30살의 모습이 다르듯이, 어차피 40살의 모습을 지금 상상해도 또 다를 것이다.

그래서 아직 가난해도 괜찮은 30살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가난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영화 랍스터를 한 번 더 보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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