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열정은 ‘해’가 될 수있다.

제니퍼소프트

제니퍼 소프트(이원영 대표와 직원들 – 구글에서 퍼옴)

당신의 열정은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러나 당신의 열정을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1.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일까? 흔히, 식당이 멋지고 연봉도 많이 주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구글이나 애플을 생각하기 쉽다.
아니, 얼마전 SBS에 나온 제니퍼소프트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봉이 많아서? 휴가가 자유로워서? 식당이 좋아서?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엔 문제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란’ 일한 만큼 돈을 받는 회사이다. 일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본인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해야 하고 그 일을 하고 약속한 돈을 받는 것이다.

옛말에, 좋은 것은 미리 댓가를 지불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고, 나쁜 것은 미리 즐거움을 누리고 후에 댓가를 지불한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데,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댓가란 직원에게 주기로한 명확한 월급이오, 즐거움이란 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시킬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약속된 일을 하고 약속된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 쥐꼬리만한 월급을 주기로해놓고 정해진 것보다 많은 일을 시키는 회사들이 너무도 많다. 슬픈일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흔히 약속된 일을하고 약속된 돈을 받는 것을 ‘열정이 없는 사람의 특징’ 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열정’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열정’은 중요하지만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일들 중의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이 얼마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생이 ‘열정’을 가지고 바코드를 열심히 찍고, ‘열정’을 가지고 매니져가 해야할 일인 재고관리를 하고, ‘열정’을 가지고 취객의 모진 술주정에도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한채 재방문을 유도하는 친절함을 베풀어야할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들보다는 ‘열정이 없어야 정상인’ 일들이 세상에 더 많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건설 현장 막부, 파출부, 환경미화원 등, 일일이 직업군을 나열할 수도 없이 많은 직업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얼마 전 감동적으로 읽었던, 부산에 사시는 이옥선 주부님의 ‘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라는 기사는 보다 사실적으로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후배들이, 나아가 우리의 아이들이 부딪쳐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떻게 이렇게 와닿는 말들을 해주시는 지 글을 읽고는 내가 혹시 나보다 어린 누군가에게, 친구에게, 주변 지인들에게 ‘넌 꿈이 뭐니?’라고 혹시 물었을까 부끄러워졌다.

얼마 전, 우리회사의 인사팀의 사소한 언변에 대해 사내 직원들끼리의 술자리 논쟁이 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인포에 직원은 우리 회사소속이 아닌 ‘외주 회사’의 파견직이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회사는 그 ‘외주회사’에?돈을 내고, 인포에서 업무를 하는 직원은 그 ‘외주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계약서에서도 해야할 일이 명확하게 적혀있다고 한다. 손님이 방문시에 담당자에게 사내 전화로 통보를 해주고, 자판기에 음료수를 채우고, 주차권을 관리하고 회사의 택배를 수발하고 등의 업무 등이 있다.

그런데 인사팀에서 한 사람이 나가게 되면서 그 업무를 인포의 직원에게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너도 이 일을 잘하면 정직원이 될 수있을거야’라는 말과 함께. 그 말을 술자리에서 듣고 너무 화가 났다. ‘이 일을 잘하면’의 정의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회사의 인사팀에 있는 모 대리에게 술자리에서 이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항의했다.

어디까지나 그 외주회사의 직원을 우리회사의 정직원으로 선택하는 도장은 회사의 CEO인 사장님이 찍을텐데 왜 인사팀에서 불명확하고, 100% 장담할 수 없는 말들로 기대감을 형성하여 그 사람의 열정을 열정페이로 사려하는 가. ‘꿈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얼마 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재밌게 봤던 ‘미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왜 ‘야근’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만드나? 좋은 회사는 ‘야근 하지 않는 회사’ 아니던가? 일이 재밌고, 욕심이 생기며, 또 다른 자극을 주는 그런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 남아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일이 집에가서 쉬는 것보다 더 가치있을 수 있다. (즐거울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사실 나의 직업상 재밌는 부분도 많고, ‘열정’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좀 더 티비에서 많이 보여줬으면 하는 모습은 ‘직장에서 할일 후딱 하고 칼퇴근 해서 아이와 와이프와 함께 노는 아빠’이다. ‘미생’의 어느 등장인물도 ?’칼퇴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치열하게 살고 밤새 회사에 남아서는 무역 사전을 펼쳐보는 장그레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의 욕설과 모욕에도 참는 안영이의 삶을 오히려 아름답게 미화한 것이 내 눈에는 가시였다.

‘열정이 없어야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열정이 없는 사람’ 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행위를 ‘교만한 행위’라고 정의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당신의 열정을 존중하지만, 당신의 열정을 강요하지마라. ‘편의점 사장’들은 모두 열정있는 사람들인가?

 

 

 

2.

2012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쓴 글을 다시 읽고 위의 글을 쓰게 되었다. 맥주를 세 캔 정도 마셨더니 약간 취했다.

2012년 쓴 글인데 오그라들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참 나는 매력있는 사람이다.

2012년 10/17일 페이스북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같이 아르바이트 하던 편의점 아저씨와 감자탕집에서 소주를 한 반씩 마시고 쓴 글.

여기저기 주위시선 많이 신경쓰다보니 내 이야기는 없어져 버렸다.

내 글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행여나 누구 한 명이라도 불쾌하지 않을까, 아니꼽게 보지아니할까 하는 마음에 표현하지 못하였는데 이것은 나를 수다쟁이에서 겁쟁이로 만든 것 같다.

내가 두려운 것은 어떤 것인가.
남들의 시선인가 아니면 포장질 하는 내 모습인가.

취업 최종합격을 한 군데 하고 출근을 하기 전 이주 동안 학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글을
앞에 첫 문장을 생략한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모습이 싫은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내가 편의점에서 바코드찍는 것을 아는 게 부끄러운 것일까

아무 말도 쓰지 않고 눈팅만 하는 것은 알아서 잘하고있는 그저 서현보의 비공유 라이프를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일까

2주후에 번듯하게 첫출근을 하기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새로운 경험을 하며 새로운 마음다짐을 가진다. 라고 적는게 맞을까

아니면 돈이 당장 필요해서 이주동인 할 일을 편의점 일로 구했다라고 적는 것이 맞을까.

사실 솔직한 마음은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이다. 적지 않고싶다.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합격통지서나 좋은 점수를 받은 성적표의 사진들을 올리며 자신의 거친 과정이 아닌 결과물만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 글을 썼다가 지웠다를 몇번이고 반복하고 이 글을 올리는 것이 나의 이미지에 어떤영향을 주고 어떤 누군가가 읽을까를 생각하고있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같이 일하는 44살 아저씨는 좋은 금융회사에 번듯하게 다니다가 Strike 가 일어나서 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단다.
가족의 반대로 노조를 그만두고 회사에서는 자연스레 왕따가 되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아저씬 두 자녀가있고 돈 안버는 게 미안하여 아르바이트를 지금 하고있으시단다.
성실하고 밝으신 아저씨는 술을 참 좋아했는데 친구들 만나기가 싫어 지금은 술을 끊으셨다.
아들과 딸모두 엄마 배에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고 태어나고는 목욕도 매일 시켜준 아저씨.
나는 그런아저씨가 너무도 멋져 얘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이끝나버렸다.

우리 점장님은 38 총각이다.
아르바이트인 나보다 15분 늘 빨리 와 피곤할텐데 일찍 들어가라고 하시며 내가 무슨일을했나 돌아보지도 않고 내앞에서 의심하며 돈을 세어보는 일도 없고 사람을 믿고 한 없이 배려해주신다.
작년까지는 조카들에게 야구삼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야구 광팬인 점장님, 쉬는 날이면 혼자 차가지고 광주까지 가서 보고올 정도로 기아 광팬이신 우리 점장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편의점 일을 시작하고는 치킨과 맥주 야구를 자주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쓰윽 웃으셨다.

바코드를 찍으며 아저씨와 점장님과 얘기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정작 남들과 아는 사람들이 우릴 보는 시선은 세븐일레븐 옷을 입고 있는 바코더 일뿐이다.
우리는 자신이 사회적으로 어느 위치에있던, 사고가 나서 얼굴이 망가지고, 병이생겨 몸이 망가져도 사랑받길 원한다. 내가 그 동안 누렸던 사랑과 우정은 그 어떤 요소에 변한다 하더라도 그대로이길 바라고 기도한다.
그렇지만 정작 남을 대하는 태도는 그렇지 않다
남들이라고 표현하여 나를 은근히 대상으로 부터 빗겨가게 하고 싶지만, 솔직히.

내 자신이 남들이 그저 입은 껍데기를 보고 바라보지는 않았나 반성을 한다.

우리가 받고 싶어하는 만큼 남들도 그러한 것을 너무 간과하며 이기적이고 생각 없는 말과 행동 눈빛으로 상대방을 가슴아프게 하지는 않았나 반성을 한다.

이 글을 진정성 있게 읽어주는 사람에게 작은 청유문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내가 이미 위에 쓴것 과 같이 ‘난 이런걸 알고있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 가 아닌
그저 우리가 너무나도 풍요롭게 살다보니 사람을 진정성 있게 쳐다보지 못하는 마음을 너무 많이도 먹어서 편견과 이기의 살이쪘으니 그저 ‘다이어트’를 같이 하는 것은 어때. 이다.

난 사실 고액과외하며 클럽죽돌이에 택시 중독자였다.

그런 모습이 내게는 일종의 ‘과시’였던 것같다. 더 멋지고 비싼 클럽에서 더 멋지고 이쁜 사람들과 더 맛있고 더 비싼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정해도 숨겨져있던 속 마음이었던 것같다.
편의점 옷을 입고 있는 나는 아저씨와 점장님과 바코드를 찍고있다.

‘자유의지가 적극성을 낳는다’ 라는 말을 제일 좋아하는데, 자유의지로 그 동안 내게 먼지 처럼 쌓여있던 ‘껍데기론’ 을 닦아낼 것이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나의 오늘을 열심히 살고, 내 자신에게 보다 솔직해 질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리하여 남들의 보석같고 좋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볼줄 아는 정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싶다.

청춘을 보내며 10년 후에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며 어떤 일을 할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지 꿈을 갖지 않는다면 사랑할 수없고 사랑받을 수없겠지.

문득 고등학교 모의고사에서 봤던 시가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는가”
대충 이런거 였던 것같은데.

2 thoughts on “당신의 열정은 ‘해’가 될 수있다.

  1. 기요미

    안타까운 우리나라의 단편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이상 색안경은 필수 장착인거 같아 ㅎㅎ
    의식 있는 당신이 꼭 성공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주세요!

    Reply
  2. 김사무엘

    면접 준비를 위해 들어왔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블로그에 많은 글을 정독하게 됐네요.
    형님의 ‘껍데기론’이 아닌 꾸밈없는 생각들과 그것을 실천으로 옴겨가는 모습이 멋있어요.
    많은 것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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